에세이 서적

[책 추천] 집과 산책

책마을주민 2023. 3. 17. 09:01

안녕하세요 책마을 주민입니다:-)
네 번째로 소개드릴 책은 일상의 작은 기쁨을 일깨워주는 [집과 산책]입니다.


 

집과 일상을 사랑하고, 순간을 아끼는 행복한 어른이 되는 것이 매일 저의 다짐이랄까요.

 
저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일상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깨우쳐주는 책을 좋아합니다. 그런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큰 행복도 그에 맞게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한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두 가지가 다 들어간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님은 집과 산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그것을 보는 이의 마음도 들뜨게 만들고, 내가 몰랐던 취향과 가치관을 새로 알게 되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라는 사람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독자들에게 따뜻함 마음을 전해주는 작가님의 다정하고도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제 마음을 쉬게 하면서도 새로운 것들을 다짐하게 해 줍니다..
 

뭘 해준 것도 없는데 쑥쑥 자라나서, 키우는 사람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식물.
심심하고 쓸쓸한 공간에 식물을 턱 놓아두면 따뜻한 공간으로 변모해요.

 
우리 집 식물들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애초부터 키우기 쉬운 식물을 들인 것도 맞지만 큰 신경을 쓰지 않아도 혼자서 쑥쑥 푸르게 잘 자라는 친구들을 보며 ’나도 이 아이들처럼 잘 자라고 있는 걸까‘하고 묻기도 하고, 나도 어떤 환경에서든 완벽하진 않아도 내 방법대로 잘 살아가는 심지가 곧으면서 유연한 식물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무가 있는 집은 초라한 법이 없습니다.
결혼해서 단독 주택에 살게 된다면 아이를 낳는 그 해에 아이의 이름을 딴 나무를 심으리란 야침찬 계획도 세워두었습니다. 나무가 주는 즐거움과 고마움이란 얼마나 큰 것일까요.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쉼의 시간을 주고, 푸르름을 보여주고, 꽃을 피워주는 나무. 우리 가족의 포토존이 되어주었던 나무. 손님이 오실 때도 기념사진의 배경이 되어준 나무. 가족, 친구, 지인 모두의 추억이 담겨있는 나무였지요.

 
저 또한 지금 테라스가 있는 오피스텔에 살고 있는데 큰 통창을 바라보면서 여기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있으면 근사 할 텐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스타나 블로그를 통해 누군가의 집을 구경할 때도 제 눈을 사로잡는 건 집의 문이나 창문 가까이 나무가 있는 집이었습니다. 작가님의 혜화동 집을 보면서 집 바로 앞에 있는 나무와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을 배경으로 삼아 아이들이 등교할 때마다 사진을 찍어준다는 이야기를 보고 저 또한 나중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그런 값진 추억을 아이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즐거움, 청소의 산뜻함, 아침의 클래식, 건강한 입맛, 아름다운 것을 알아보는 눈, 휘둘리지 않는 고요한 마음, 산책의 기쁨,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당당함, 확실한 취미생활 그리고 꾸준히 일기 쓰기 같은 목록들은 포기할 수 없는, 제 마음속 유산리스트입니다.

 
보통 부모님들은 아이들에게 많은 재산이나 명예를 물려주고 싶어 합니다.. 그렇지 못해 미안해하는 부모님들도 계시지요. 하지만 물고기를 잡아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라는 말과 같이 부모님이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하는 건 삶을 살아가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부모님에게 성실함과 배려, 언제나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습관,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식습관 그리고 무엇보다 작은 것으로도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마음가짐을 물려받았습니다. 작가님이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으신 마음속 유산리스트를 보며 하나도 빠짐없이 공감되고 저 또한 나중에 그런 마음과 태도를 물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겐 이십 대부터 꾸어온 꿈이 있는데 그건 작은 숙소의 호스트가 되어 피곤한 여행객들에게 청결한 잠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었어요. ‘시간이 지나도 추억할 수 있는 그런 여행지의 숙소라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했지요.

 
저 또한 꿈은 아니지만 시간과 여유가 된다면 먼 훗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제 취향과 온기로 꾸민 집에서 누군가가 편안히 쉬고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마치 숲 속을 헤매다 작은 불빛이 보여 찾아간 오두막에서 뜻밖에 따뜻함과 쉼을 얻는 기분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집을 사랑한느 사람들은 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즐겁고 마음은 편안한 그런 하우스의 꿈을 가지고 있다면 작가님처럼 언젠가 이루는 날도 오지 않을까요.
 

물건의 용도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쓰는 이가 편하고 좋으면 되는 것이니까요. 예전에는 무엇이 필요하면 ‘그 용도에 맞는 것을 사야지’하며 검색에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주위의 물건을 둘러보면 의외로 대체할 만한 게 꼭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덕분에 주머니를 열지 않는 기쁨도 함께 얻게 되었답니다.

 
최근에 저도 그런 발견의 기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바로 스탠딩 책상인데요. 최근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허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래 앉아있으면 빨리 죽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겠지요. 처음에는 스탠딩 책상을 살까 하다가 지금 작은 원룸에 살면서 그것까지 들어오면 둘 곳도 마땅치 않아 집이 더욱 복잡해질 것 같다는 생각에 고민을 하였습니다. 그러다 제가 색깔별로 가지고 있던 밀크박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캠핑할 땐 테이블로, 발 받침대로, 식물 받침대로 등등 다양하게 쓰이는 밀크박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으니 완벽한 스탠딩 책상이 되었습니다. 높이도 제 키에 딱 맞아서 꼭 맞춰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밀크박스는 보라색, 하늘색으로 색깔도 예뻐서 보기에도 기분이 좋고, 원래 우리 집에 있던 물건이다 보니 방의 분위기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음까지 편안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의자에 앉아있다가 허리가 아프다 싶으면 바닥에 있는 밀크박스를 뒤집어 채상 위에 올린 후 서서 합니다. 카페나 도서관에 가면 계속 앉아있기만 해야 하는데 집에서 하니 이렇게 내 컨디션에 맞게 바꿔가면서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나중에 도서관이나 카페를 하게 된다면 이렇게 한 자리에서 유용하게 앉았다가 일어나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 옷은 잘 사지 않지만 쿠션과 침대, 주방에는 새 옷을 자주 선물해주고 싶은
작은 바람을 계속 가지고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작은 행동도 그냥 하지 말고 왜라는 이유를 물어보고자 다짐하게 됩니다. 무심코 한 행동에 그 마음속에 파헤쳐보면 좋아하는 마음이라는 것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또 그 마음은 글로 풀어쓰면 하나의 책이 되기도 하지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마음. 저도 옷보다 침구나 키친크로스, 패브릭 제품들을 사고 싶은 이유를 그냥 예뻐서라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에는 공간에 새 옷을 자주 선물해주고 싶은 작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저도 공간을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책을 읽지 않았다면 작가님이 글을 쓰지 않았다면 몰랐을 마음입니다. 그래서 저 또한 더욱더 기록해야겠습니다. 나의 작지만 소중한 마음을 알아차리기 위해, 또 그 글이 언젠가 세상에 내비칠 책이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초롱초롱한 서로의 눈빛이 오갔던 그날의 대화로
전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의 꿈을 얘기하던 그날, 우리 각자가 아주 조금씩 이루어가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저는 작가님의 표현이 참 좋습니다. 같은 말도 어쩜 이렇게 따뜻하고 다정하게 하시는지. 그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꾸준히 세상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가 축적되어 나오는 언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 또한 세상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런 어른이 되기 위해서.
 
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할 때 눈빛이 초롱초롱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런 친구가 저에게도 있는데, 그 친구는 외향적이고, 저는 내향적이고 취미생활도 다르지만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함께 있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서로에게 가슴이 따르고 설레는 나만의 삶을 살자는 작은 소망의 씨앗을 심어주지요. 가까이 살지 않아도 서로의 삶을 생각하고 기대하며 응원해 주는 삶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모릅니다. 지금 그 친구는 호주에 있습니다. 그곳에서 또 어떤 재밌는 이야기를 펼치고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자주 연락하지는 않지만 늘 서로를 궁금해하고 만났을 때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정하게 나눌 밤을 또 기대합니다.
 

영화 ‘라따뚜이’에서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다’란 책 제목을 보고
생쥐 ‘레미‘가 요리사를 꿈꾸었듯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저도 가져봅니다.

 
작가님을 통해 저 또한 남몰래 작가의 꿈을 심어봅니다. 어차피 안 될 거야 하고 포기하는 것과 될 거라는 작은 희망을 가지고 작은 씨앗들을 하나씩 심어 가는 삶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또 나를 가장 잘 믿어줄 사람은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기에 나의 꿈을 짓밟지 않고 행복한 라따뚜이처럼, 또 주부에서 작가가 된 이 책의 저자처럼 꿈을 향해 하루하루 가까워지는 삶을 살기를 다짐해 봅니다..
 

공간이 주는 힘은 대단합니다. 제가 지금 살고 있는 공간도 이제 1년이 지나고 2년째 접어들어가는데 매 순간도 소중했지만 지나고 보니 더욱더 소중했던 나날들이었습니다. 참 많은 영감을 받고 삶의 자세를 바꾸게 되고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해 준 공간입니다. 아마 저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장소가 될 것 같습니다. 살면서 그런 장소가 있다는 것도 축복이겠지요. 이 책에서 표현한 것과 같이 저도 ’머물러 고이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꼭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않아도 내가 살고 있는 집에서 그리고 동네에서 충분히 다양한 경험과 생각들을 하며 일상을 가꾸고 하루하루 작은 즐거움과 행복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반복되는 일상과 장면들이 지겹다는 생각이 드는 분이시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아마 나에게 가까이 있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던 놀라운 발견을 하시게 될 것입니다.